7, 8월 두 달간 열심히 영어학원을 다녔다. 선생님도 참 마음에 들었고 싫어하던 영어와도 많이 친해질 수 있었기에 만족스러웠지만, 직업 특성상(?) 불규칙한 야근때문에 몇 번 빠지면서 9만원 환급을 받지 못해 굉장히 속상했다. 정규 퇴근시간보다 두시간이나 야근하고서 가는 학원이고 또 더 이상 야근할 필요가 없는 상황인데도(밤 늦게까지 야근해야 하는 날에는 눈물을 머금고 아예 학원은 포기) 어찌나 팀장님의 눈칫밥을 먹었는지... 그간의 설움이란 정말 A4용지 하나를 가득 메울 수 있을거다.
사설이 길었는데 어쨌든 학원은 안되겠다 싶어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것이 전화영어! 사실 가까운 지인중에 전화영어를 하는 사람이 없어 달리 조언 구할만한 곳이 없었다. 그래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. 검색해보니 순 광고글인것만 같고. 하지만 학원을 갈 수 없는 내게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.
점심시간에 레벨테스트 예약을 해두고서 비어있는 회의실에 문을 꼭 걸어잠그고 앉아 벨소리가 울리기를 기다렸다. 가슴이 두근 반, 세근 반~ 그렇게 긴장하며 기다리는 와중에도 사실 아주아주 약~간의 자신은 있었다. 학원 초급반에서는 나름의 엘리트(?)였고, 내가 말하고 싶은 수준의 내용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 뿐이지 선생님의 말은 거의 대부분을 알아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.
하지만 이노무 근거 없는 자신감- 3분 후부터 꾸깃꾸깃 접어 날려보냈다 ...나란 뇨자, 못난 뇨자
그러고보면 학원에서 한국인 선생님은 내가 어설프게 대답하는 콩글리쉬도 대충 알아들어주셨고, 눈앞에서 보고 말하기때문에 말이 안통하면 어느 정도의 바디 랭귀지도 쓸 수 있었다. 하지만 전화 저편에 있는 네이티브~ 인정사정 없다ㅋ (물론 친절하다;; 미안할 정도로 내가 못알아들어서 그렇지;;)
처음 두 문제까지는 알아들을 수 있었고 대답하기도 수월했다. 사람마다 다르게 물어보는 지 모르겠는데 나에게 했던 질문은, "펫을 기르고 있느냐" , "네가 좋아하는 펫은 무엇이냐" 였다. 문제는 세 번째부터... 대답을 고민하기 이전에 문제를 못알아 듣겠다(!) 문제가 뒤로 갈수록 난이도가 올라가는것 같던데, 외국어는 아는 만큼 들린다고 하던가- 내가 아는건 딱 두번째 질문 수준까지였다보다. 간간히 zoo, animal 같은 단어가 들려오지만 무슨 대답을 원하는지 도통 알길이 없었다. 전화기 볼륨도 키워보고 애처롭게 익스큐즈미, 파든 을 남발해보지만 안들리는 건 매한가지- OTL
계속 질문을 못알아듣자 이번엔 한국어로 말해주겠다는데, 아무래도 이건 내가 아는 한국어가 아닌 것 같다. 오죽하면 내가 그거 한국어 맞느냐고 물어봤을까☞☜ 한국어로 말해주는 질문은 영어보다도 더 난해해서 도움이 영 안되었고- 후반부는 거의 '아하하', '으흠?' 하며 추임새만 넣다가;;; 그렇게 9분의 레벨테스트가 끝났다. 흑
길었던 10분의 테스트, 그 결과물은 쨔라쟈잔~~~~~~
학원 성적표에서도 발음만은(...) 좋다는 소리 들었는데 여기서도 발음은 'Good' 평가다. 나머지는 아래 줄줄이 평균 이하의 평가를 받았지만ㅠ_ㅠ 여튼 꽤 어버버버해서 Level 2 정도 받을걸 생각했는데 Level 3- 하이비기너를 줘서 많이 감사하다 ㅎㅎ 그리고 다시 듣기 겁나지만 레벨테스트도 음원을 제공해주고, 내가 말 한 문장도 교정해준다. (오~)
콩글리쉬와 바디랭귀지라는 비장의 수(?)를 못 쓰니 깝깝하지만 그래도 예습/복습의 노력만 뒷받침된다면 학원 못지않게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된 레벨 테스트였다. 성질 급하기론 소문난 나, 쇠뿔은 단김에 빼랬다고 집에 돌아와 바로 카드 결제를 스윽~ 이제 수요일부터 첫 수업이 시작된다. 열심히 공부해서 전화영어 결제가 완료되는 6개월 후 즈음엔 Level 3에서 Level 5~6정도 즈음으로 업그레이드되어 있으면 좋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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